16세 당시와 비견하여 외견상 특징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10년이라는 세월이 그를 더욱 어른으로 성장시켰을뿐.
그나마 눈에 띄는 점이라면 그가 비르로서 지니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인 뿔을 꼽아볼 수 있겠다. 본래 순차적인 길이를 이루고 있던 세 개의 뿔은 어째서인지 가장 좌측에 자란 뿔만 엉성하게 길이가 짧은 느낌이다. 어딘지 모르게 한 번 잘렸다가 엉성하게 재생된 모양새.
그 밖에는 훨씬 길어진 머리칼이나, 약간 더 개수가 늘어난 장신구 정도를 짚어볼 수 있을까. 머리칼은 과거 행운과 함께 선물받은 줄무늬형 리본이 그를 한 번 정리하여 묶고, 같이 엮인 흰 천이 곱게 늘어지며 머리카락을 따라간다. 장신구의 경우 대개 그대로의 착장이나, 본래 연노랑의 귀걸이만이 자리를 잡고 있던 오른쪽 귀에는 더욱 긴 형태의 푸른 에메랄드 빛 장식이 연노랑 귀걸이 아래에 덧붙게 되었다.
성격: 거만한|여전한 호기심|어딘가 진심 같지 않은
당신이 아는 16세의 펠릭스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아마도 대체로는 건방지기 짝이 없고, 그런 주제에 호기심까지 많아 당신을 더욱 귀찮게 하는 이였을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쩐지 그를 미워하기는 힘든, 건방지면서 이상하게 호감이 있는 그런 사람.
―그런 그는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어떤 성격으로 변모하게 되었는가 하면……
■ 거만한
“알잖아? 겪어봐서.”
그는 여전히 참 건방진 사람으로, 대체로 그를 처음 본 사람은 ‘건방진 녀석’ 정도로 그의 첫인상을 결정해 버린다. 예나 지금이나 상대를 낮잡아볼 의도 따위는 없으나, 단지 어딘가 모르게 이죽거리는 가벼운 태도가 그를 계속해서 건방지게 만들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단순히 건방지다는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거만한 작자’라고 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것은 그가 이전에 비한다면 소란스럽기보다는 차라리 부드러운 분위기가 강해진 탓이다. …뭐, 막상 함께 어울려 보면 여전히 그 입도, 행동도 참으로 시끄럽기 짝이 없지만.
(결국 성인이 되면서부터 조금 차분해진 것처럼 보일뿐, 실제로는 크게 달라진 면이 없다고 하겠다.)
■ 여전한 호기심
“나 빼놓을 거 아니지?”
이쯤 보았다면 알 법하게, 그는 여전히도 호기심이 많다. (더 정확히는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몇몇 사람들은 이제 알겠지만, 일단은 차치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단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게 좋았으며, 지루한 것보다는 계속해서 재미있는 무언가를 발견해내기를 원했다.
누군가는 이를 더러 안정에 만족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그의 태도는 참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리 끊임없이 찾고, 또 찾다 보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즐거운 일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 어딘가 진심같지 않은
“내가 안 웃고 있는 것 같아? 왜, 웃고 있잖아.”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 가끔 진정성을 찾기 힘들어지는 것은 왜인가. 그도 사람이니 당연스레 감정을 느끼고 그에 따라 표정을 띄워낸다. 그렇지만 혹자는 항시 웃고 다니는 그를 보고 ‘별로 즐겁지 않아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예민한 이들이라면 이미 16세 때부터 그가 마냥 신나는 기분으로만 다니는 사람은 아니라고 알았겠지만, 26살의 펠릭스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커진 듯 보인다. 그의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때가 분명히 있지만, 왜인지 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 사람이란 본래부터 모든 감정을 드러내고 살지는 않지 않나.
그래도 웃으면 복이 오는 법이니까.
한편 이것은 그가 타인을 대함에 있어 항상 거짓으로 상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외려 그는 전부터 줄곧 남을 대할 때 관심 있게 보고, 함께 하는 짧은 시간을 제대로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는 여전히, 그는 머리가 좋고, 그래서 타인의 기분을 크게 상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았다. 덕분에 여전히 미워할 수 없고, 다소 건방지고, 호기심이 많아서 귀찮기도 한.
―그런 펠릭스는 요컨대, 350도쯤 변했다고 할 수 있을까―거의 변한 것이 없음을 의미했다.
기타사항
■ 8월 15일생
■ 졸업 전후 행적
1. 졸업 이전까지 학업
여기에서 다시 당신이 알던 그대로의 펠릭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커갔지만, 크게 성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했던 말처럼 ‘수업’ 역시 센수스 니아에 다닐 동안에만 할 수 있는 귀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 나름대로 수업에는 열심히 출석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근본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어 계속해서 호기심을 따라 주변을 들쑤시고 다녔으며, 그 특유의 좋은 머리로 우수한 성적을 거둬나갔다.
2. 졸업 당시
나중에 편지를 하라거나, 연락을 하겠다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름대로 화목하게 졸업했다 (이렇게 이야기한 내용은 상대에게 특수한 상황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로 지켰다). 졸업으로 하여금 동기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분명 아쉽다고 생각했으나, 그럼에도 끝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3. 졸업 이후
졸업을 하고 나서는 곧바로 원래 지냈으며,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고향, 칸드라로 돌아가 지냈다. 그곳에 가고 부터는 센수스 니아에 입학하기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가족들과 화목한 나날을 보냈다. 가장 처음 한 일은 역시 오래 떨어져 있던 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특히 막내 동생이 펠릭스를 처음에 어색해했지만, 금방 적응하여 행복하게 지냈다.
한편 그가 전과 큰 차이 없는 나날을 보냈다는 것은 결국 그가 특별히 고정된 직업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이는 그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계획한 뒤 행동하는 인간상이 아닌 만큼, 졸업하고서도 무엇을 하고 살면 좋을지 한 가지를 정하지 못한 탓이다. 그런 그의 상황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전히 하고 싶은 하나를 찾지 못했으며,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 맞겠다.
결국 10년이 지나도 그는 계속해서 꿈을 좇고, 즐거움을, 행복을 좇는다. 그렇기에 ‘탐험가.’
■ 거주 지역
1. 펠릭스의 ‘집’이라 하는 것
상기한 바와 같이 그는 여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자리를 잡은 칸드라에서 지낸다. ……다만…….
2. 탐험가
고정된 거주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주 여행을 가는 편이다. 어릴 때 가끔 가던 여행이 이미 좋은 인상으로 남은 만큼,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인이 되면서부터 성체로 변모하여 이곳저곳을 날아다닐 수도 있게 되었으므로 그의 발이 마냥 집에만 머물지 않은 것은 참 당연한 일이겠다.
다만 어째서인지 차츰차츰 그가 여행을 가는 주기는 짧아진 경향이 있다.
■ 가족관계
비르인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세 명의 동생이 펠릭스의 가족 구성원에 해당한다. 여전히 북적이는 가정.
■ 함께한 약속
센수스 니아에서 했던 약속은 대체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한 편이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상대 쪽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로 펠릭스는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 약속도 모두 기억하고 있기에…… 만일 제대로 약속을 수행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면 그를 행할 때까지 귀찮게 굴 지도…….
■ 그 외
여전히 비르로서 푸른 축복을 타고나 강인한 육체를 지녔다. 이전을 생각한다면 키는 많이 큰 편. 덕분에 센수스 니아에 다니는 동안 잠깐은 성장통으로 힘들어하던 시기도 있었다―내색은 않았지만.
마법도, 갖가지 소문들도, 강사와 학생들까지. 모두 여전한 펠릭스의 관심 대상이다.
■ 호불호
1. 호
흰색, 시원한 것, 흥미를 끄는 것, 꼬치구이, 사과―”자꾸 여기저기서 줘서~ 나도 더 좋아졌어.”
2. 불호
“생각해 봤는데, 무언가가 있다가 사라지는 건. …참 슬픈 일 같지 않아?”
텍관
『니아솔 크라우슬렛』
둘은 센수스 니아 재학 시절 자주 외부 활동의 같은 조에서 함께 하곤 했다. 그 덕분에 둘은 서로의 행동 방식이나 전투 습관을 잘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전부터 이야기를 하던 것이 즐거웠기 때문인지 둘은 어느 순간부터 친해져 수업이 겹칠 때면 꼭 같은 자리에 앉을 만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종종 둘은 '수업을 빠지면 안 된다' 라는 조건으로 내기를 하기도 했는데, 외부 활동을 하고 온 날에는 니아솔이 대부분 내기를 깜빡하고 오전 수업을 빠지는 바람에 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몇 번이고 빠지지 않기로 다짐을 한 모양인데… 어쨌든 펠릭스로서는 내기에 이긴 셈이니 잘된 일인 걸까?
이렇게 학창 시절을 사이좋게 보낸 둘은 졸업 후에는 연락을 주고받은 모양이다. 나중에는 니아솔의 피로연에 찾아가기도 했으며, 마수와 관련된 건으로 니아솔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가는 일도 있었다. 정작 해당 시기에 펠릭스가 정신이 없던 통에 그는 마수가 이미 처리된 이후에 니아솔이 있는 곳에 당도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다만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말았다. 마수를 토벌하다가 늦게 도착한 펠릭스를 본 니아솔은 그가 다른 마수의 등장인 줄로 오인하고, 그만 니아솔이 펠릭스를 공격하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펠릭스가 니아솔을 제압해 보려는 과정에서 펠릭스가 큰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둘의 관계는 계속 원만히 이어진 듯 보이지만.
『니야 그로스톤』
학창 시절 함께 많은 추억을 쌓아보자는 약속을 하게 된 이후, 니야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잦아졌고 방학 기간에는 틈틈이 함께 추억을 쌓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로의 고향에 방문하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야영을 하는 등… 많은 일을 겪으며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졸업하던 날엔 앞으로도 함께 놀아주기! 라는 약속을 하며 증표를 교환하기도 한 모양.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1742년의 후반. 펠릭스는 돌연 센수스 니아에서의 추억도 되새길 겸 불현듯 그 근처에 방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일까. 마침 같은 시간에 센수스 니아에 방문한 니야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우연이 겹쳐 서로가 만났다는 점이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렇게 헤어지기는 아쉬웠기에 둘은 1~2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동행하며 근처를 여행한 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앞으로도 함께 놀아주기!' 라는 약속이 서로를 만나게 해준 걸까? 만일 그렇다면, 또 이런 즐거운 우연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라쿠나 콰브나』
펠릭스와 라쿠나는 학창 시절의 대화를 계기로 점차 친해졌으며, 어느 때부터인가 서로에게 매일의 감상을 들려주는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아마도 어울리던 어느 때 서로가 서로에게 한 어떤 말을 계기로 그렇게까지 관계가 이어지게 된 것이겠지. 넓게 본다면, 단지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그런 말들로.
그렇지만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이것은 분명한 의미가 되었다. 덕분에 둘 사이의 우정은 졸업 후에도 끊기지 않아 한동안 편지로 교류를 이어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몇 번씩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때도 있었다고 하지만, 글쎄. 아무래도 그 연락이 줄곧 이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라쿠나가 2년 전 면직 처분을 받고 은둔을 하게 되면서부터 둘 사이의 연락이 끊기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한동안 둘의 관계는 아쉬운 공백이 자리를 차지하고 말겠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인연이 끊긴 것은 아니라.
우연히나마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 우리의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라텔 아스트』
라텔과 펠릭스는 센수스 니아에 다니면서부터 간간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친구 사이이다. 대체로 펠릭스가 성실한 라텔을 더러 짓궂게 장난을 치는 관계였던 것도 같지만…… 결국 펠릭스는 라텔을 아주 좋아했으니 둘의 관계는 분명 좋은 쪽이라 할 수 있겠다.
유독 사이가 친해진 계기는 분명 라텔이 한 번쯤 무리를 하다가 쓰러졌던 때였을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라텔은 분명 멋진 사람이나, 펠릭스는 그럼에도 그가 자기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노력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덕분에 그에게 약간의 조언을 해준다거나, 그가 어려워하는 공부 및 단련을 도와주는 일도 때도 꽤 있었다고…….
그렇지만 점차 졸업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관계도 계속할 수는 없게 되고 만다. 이제는 학생의 신분을 접고 자신의 길을 가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둘의 관계까지 끊긴 것은 아니라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 듯하다.
특히 1745년의 초중반 정도 시기에는 방랑을 하던 라텔과 펠릭스가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있어 직접 서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던 모양.
『비젤 레야』
동료 6호… 라고 아마도 비젤은 머릿속에서 부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실험체가 아니라고 말을 했거늘……. 어쨌든 비젤은 펠릭스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상태니 너무 짚지는 않고 있지만.
―숨겨서 무엇 하랴, 둘은 즐거움과 탐구와 시약의 연구, 관찰을 서로 교환하고 있는 관계이다. 원래부터 즐거움을 좇는 펠릭스로서는 실험체건 뭐건 간에 이 일들을 굉장히 재미있게 생각하였으며, 그건 아무래도 비젤 역시 마찬가지인 듯 보인다.
함께 다니며 참 많은 사고를 쳐봤으며, 졸업한 후에도 둘은 편지로 교류를 이어갔다. 또, 졸업 후 4개월 정도 지났을 즈음, 우연히 칸드라의 위쪽에서 만나는 통에 즉흥적으로 1~2개월간 칸드라 여행을 함께하기도 했다. 즐겁고 스릴 넘치는 나날!
오랜만에 마주친 이 만남도, 그렇게 될까?
『케일 클락』
언젠가 펠릭스가 여느 때와 같이 여행을 하던 도중, 우연히 케일과 재회하는 때가 있었다. 원래부터가 참견하는 구석이 있는 케일은 무언가 주변의 일을 도와주면서 유랑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어쩌면 이곳저곳을 다니는 자기 모습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둘의 닮은 구석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맞겠지만, 적어도 둘의 일생의 단편 중 하나는 비슷했던 것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 부유하는 모습과, 그럼에도 방황하지 않는 걸음 같은 것.
펠릭스는 그런 케일에게 동행을 권유했고, 케일은 그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허락했다. 그로 인하여 둘은 간간이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공유하고 지낸 모양이다. 이에 따라 둘의 사이가 돈독해진 것 역시 참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겠다.
다만, 펠릭스로서는 케일과의 여정이 즐거웠던 것 같지만, 과연 케일 또한 그랬는가 하고 묻는다면… 글쎄. 아무래도 반은 맞고, 또 반은 틀린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둘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특히나 둘이 같이 다녔다고는 해도, 막상 함께한 시간은 매번 길지가 않았기 때문에, 케일에게는 과연 이 여정들이 어떻게 비쳤을지 펠릭스는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긴 여행을 가면 어떨까 하고 누군가는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쉬운 일은 또 아니었던 모양이다. 둘에게는 각자의 길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둘의 여정이 즐겁지 않은 부류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다. 그들에게는 같이 다니는 동안 한 번씩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는 날이 꽤 있었고, 이것이 바로 그들이 서로에게 소홀하지 않음을 증명해주었으니 말이다.
『콜린 그리피스』
누군가는 한평생 고향을 벗어나지 않고 산다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한 자리에만 있지를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펠릭스 역시 한곳에 묶여 있는 것이 취향은 아닌지 여기저기에 마구 돌아다니곤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이를테면 옛 센수스 니아에서의 동기를 만난 것도 어쩌면 신기한 일은 아닐 테다.
펠릭스는 마침 테포디안에 식도락 여행을 온 콜린과 정확히 마주치게 된다. 이전부터도 편지로 안부를 교환한 일은 있었지만 역시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라 둘은 잠시 같이 다니며 여행을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끝에는 다시 각자의 길로 헤어지기는 했지만, 콜린이 식당을 차리면서부터는 펠릭스가 간간이 그곳을 찾는 식으로 인연이 이어져 왔다.
유난히 저를 챙겨주려 하는 콜린을 찾아서, 펠릭스는 오늘도 여전히 'GREEN PEAS'로 향한다.
"여기~! 오늘의 점주 추천 메뉴로!"
『판드라크』
그것은 어느 때부터였던가. 판드라크의 눈이 펠릭스의 가면을 깨달았던 때인가, 아니면 판드라크가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적다는 것을 펠릭스가 알았던 때인가. 어느 쪽이건, 언젠가부터 둘은 서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며,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는 탐색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둘은 다 함께 만나기까지 대략 2년 전쯤에 판드라크가 칸드라에 머물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만나는 일이 있기도 했다. 마침 가까이 칸드라에 살고 있던 펠릭스가 소식을 따라 판드라크를 찾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근황을 나누거나, 계속해서 갖고 있던 서로의 의문을 던지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탐색전은 이어지는 채로.
물론, 둘 사이에 단순히 탐색의 대치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펠릭스는 판드라크가 지내는 곳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유난히 마음에 안정을 얻기도 했다고. 그와 함께했던 시간은 모두 아주 소중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프레데네』
그러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갑자기 덜컥 프레데네가 달려와서는 펠릭스를 더러 함께 정규 수업 시간 외에도 훈련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막무가내의 요구라 할 수 있었지만 펠릭스는 어디 그런 부탁을 거절할 만한 사람이던가. ―당연히 아니었기에, 둘은 그 길로 틈만 나면 함께 훈련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훈련의 일환'이라며 잘 대화하다가도 갑작스레 공격하고, 또 그걸 막고… 주변 사람들이 더 놀랄 만한 훈련도 서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선생님들이나 동기들에게는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그런 것으로 꺾일 두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졸업할 때까지 그런 훈련 방법이 쭉 이어졌을 수밖에.
그렇지만 졸업한 이후의 프레데네와 펠릭스는, 한동안 각자의 여행으로 바빠 이전처럼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연락도 힘들고, 그렇게 얼굴 한 번 못 본 지 1~2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나… 정말 우연히! 둘이 디우스에서 마주치는 바람에 그들은 그간 못 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랬다. 또한 이참에 여행길까지 함께 하기로 하여, 두 사람은 펠릭스의 고향이 있는 칸드라로 향하게 된다. 목적지 자체는 펠릭스의 고향이었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 또한 중요했기에, 가는 길에 있는 마을도 들러보고, 바다에서 놀기도 하고, 산속에서 캠핑도 하고… 하여튼 즐길 만한 것은 다 즐기면서 움직여 펠릭스의 고향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흐른 후에 도착했다고 한다.
고향에 도착한 이후, 펠릭스의 가족들 입장에서 프레데네는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었음에도, 그들은 프레데네를 환대해 주었고, 이곳에 오기까지의 여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우던 날은 펠릭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 후로 펠릭스는 고향에 도착한 김에 잠시 여행을 멈추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하였고, 프레데네는 칸드라에서의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져 여행을 계속하겠다고 결정하여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프시케 헨타벨』
센수스 니아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이라고 하면 누구를 꼽으면 맞을까.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답이 갈릴 수야 있겠지만, 적어도 프시케와 펠릭스가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끄러운 학술원 생활을 했다는 것만은 자명하다. 그렇게나 말을 나누니 친해지는 것도 당연지사. 펠릭스는 몸이 약한 프시케가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응원해주기도 하고, 그가 갖고 있는 버킷리스트를 함께 달성하기도 했다. 본래부터가 즐거움을 좇는 펠릭스이기에 그 모든 과정은 그에게 참 즐거운 것이었다고 한다. 특히나 버킷리스트 중에서도 '나만의 비밀 장소를 찾는 것'을 수행할 때의 기억은 참 특별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펠릭스는 프시케와 함께 찾았던,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그 장소를 떠올리며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이렇게 센수스 니아에서 함께 했던 인연은 졸업 이후에도 역시 계속되었다. 여전히 나눌 이야기가 많은 둘의 편지지는 가끔 소포라고 착각할 만큼 두툼하게 내용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글만을 통한 대화가 둘에게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언젠가 한 번은 펠릭스가 직접 프시케를 보러 그가 사는 아르도 만에 가서 서로 못다 한 얘기를 주고받은 듯 보인다.
―이렇듯 시끄러운 우리의 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힐다』
센수스 니아 재학 시절, 얼떨결에 자신의 뿔과, 힐다의 장신구 및 일명 '평생 놀아주기권'을 교환하게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황당한 약속이 이뤄지게 되었냐면…….
힐다 왈, '이러쿵저러쿵해서 장신구 계 상단 사이에서 떠도는 괴담, 비르의 뿔로 액세서리를 만들면 값어치가 장난이 아니다.' 이는 분명히 펠릭스에게 살짝 장난을 치기 위해 대강 꺼낸 말이었고, 분명히 펠릭스도 처음에는 그에 대해 자신의 뿔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더랬다.
…하지만 웬걸? 그만 대화 도중 해당 거래에 흥미를 느껴 버린 펠릭스가 이 거래를 덜컥 잡아 버린 것이다. '진짜, 진짜로, 진짜 괜찮아?' 하며 몇 번이고 확인을 하는 힐다에게 '진짜, 진짜로, 진짜 괜찮다니까~' 하며 펠릭스가 답하는 광경은 꽤 우스울 만한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합의된 거래로 인하여 펠릭스는 졸업과 동시에 힐다를 따라 파울레트 상단으로 가, 미리 불러둔 출장 의사로 하여금 뿔을 잘 떼어냈다고. 이후는 '평생 놀아주기권'을 가진 펠릭스이니만큼, 마음이 내킬 때마다 힐다를 찾아가 함께 만나서 놀았다고 한다. 펠릭스가 불쑥 찾아갈 때마다 힐다는 귀찮다고 칭얼거렸지만, 뭐, 정말은 상호 즐거웠던 모양이니 된 것이겠지. 이후 힐다가 해결사 일을 하기 시작한 뒤에도 의뢰에 나선 게 아닌 이상 크게 제약에 걸리는 것이 없어, 자주 만나 논 듯 보인다.
그렇게 함께 어울려 지낸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44년 중반이 되었을 때. 펠릭스는 돌연 힐다에게 사람을 찾는 일도 하냐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후 얼마 안 가 힐다에게는 하나의 장기 수색 의뢰가 주어졌고, 이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펠릭스가 힐다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진 몰라도, 진중히 일 처리를 시작한 힐다를 펠릭스는 평소와 같은 웃음으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