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
>
D-day
@sol_hanab
미키미
🤍💙🖤+
@incommission
유우세이
🤎💙🤍+
여청
💛💙+
@eee_carrot
아카이토
💜🤍💙+
아이루리
🖤💜🤍💙+

Loading...

❝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아? ❞
츠치에 세이라 20
土江 星|20세|여성|163cm



BGM

외관
여전히 하얀 머리(*그림 자체 보정이 강한 탓에 언뜻은 완전한 백발로 보이지만, 여전히 중간중간 하늘색이 섞여 있어, 머리칼에 배색된 색 종류는 이전(1~2부)과 동일합니다). 푸른 눈. 유독 하얀 피부색까지도 예전과 같았으나 모든 것이 전과 같지는 않았다. 이제는 ‘A반’ 친구들과 나누었던 선물을 몸에 걸치지 않으니까.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그는 세이라가 더 이상 그들을 사랑하지 않게 된 탓은 아니다. ⋯다만⋯⋯ ⋯차마 제게 달아두기가 무서워서. 그 마음은 이제 걸어두기엔 너무 무거운 것이니까. 그는 도망치듯 선물을 모아 캐리어 가방 한켠에 담아 두었다.
⋯하지만 놓을 수가 없었어. ⋯어디를 가도, 이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서.

그에 따라 이곳저곳 비어 버린 세이라의 몸이지만, 외려 이전에는 깨끗하게 비어 있던 세이라의 두 귀에는 피어싱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는 19살의 늦여름, 우연히 마주쳐 함께 살게 된 유우마의 피어싱을 보고 따라 하게 된 것. 직접 뚫기에는 무서웠는지 나루타키에게 뚫어달라고 했는데…어쩐지 말도 없이 (캐릭터 시점상) 왼쪽 귓불부터 뚫어줘 버렸다고……. 그리고 그 직후,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감각에 우측 아웃컨츠―이 위치에 나루타키가 한 별 모양 귀걸이가, 어쩐지 켄신이 하고 있던 것을 연상시키기도 해, 이상하게 탐이 났던 모양이다―에도 뚫어달라고 곧바로 부탁하여 현재 이 두 곳에 귀가 뚫려 있다.
…잠깐, 좌측에 하나, 우측에 하나씩 뚫었다면…… 왼쪽 귀의 위에 하고 있는 것은 무어란 말인가.
―이것은 아무래도 뚫어서 다는 피어싱이 아니라 이어커프인 모양. 왜 이것만은 이어커프인가 하면…… …처음 뚫은 귓불은 안 아팠지만, 아웃컨츠 부분은 아팠던 탓이려나. 덕분에 더 귀를 뚫지 않고 있었는데, 뚫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이어커프의 존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단 모양이다.

한편, 귀를 뚫은 두 곳에 하고 있는 것은 왼쪽이 검은색 볼 귀걸이, 우측이 나루타키가 한 귀걸이와 비슷한 별 모양의 반짝이는 피어싱(참고용 이미지 링크 / 이미지 링크의 원 출처 쇼핑몰)인데, 이중 전자의 것은 나루타키가 예전에 끼다가 더 안 끼게 되어 남은 귀걸이의 한 짝을 준 것이라고―처음 뚫을 때 사용한 것도 이것인데, 그 뒤 세이라가 굳이 바꿔 끼지 않았다.


의복
상의: 사이즈가 커 넉넉히 남는 아이보리색(―살짝 밝은 노란 기가 도는 것) 후리스를 겉에 걸치고 있으며, 안쪽으로 아이보리색(―후리스보다 노란 기가 없이 본래의 상아색에 가깝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오버 사이즈 스웨터를 입고 있다.
하의: 아래로 짧은 하얀 바지를 입었지만 스웨터의 길이가 바지를 가려서 이것이 보이진 않는다 (스웨터 자체도 후리스 지퍼를 끝까지 올려 입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스웨터 밑으로는 허벅지 살이 잠깐만 드러나다가 바로 아래부터는 하얀색의 오버니삭스가 다리를 감싼다.
신발: 니삭스는 발까지 감싸는 종류의 것이라, 별도의 양말을 더 신을 것 없이 바로 아이보리색의 부츠를 신었다.
성격
눈치를 살피다 / 진심조차 토로하지 못하게 된 / 그런 제 꼴이 참 우스웠다
눈치를 살피는 / 진심을 속이는 / 자기 비하적인

상냥함이라 생각되었던 것은 단순한 자기 방어에 불과했다.
저조차 속여 버린 광대는 오로지 거짓만을 품은 채,
다만 눈물을 흘리며 제게 비수를 꽂았다.




츠치에 세이라. 단 여섯 자의 울림으로도 떠오르는 것은 있다.
하나 당신이 떠올린 이는 누구인가. 그 옛날, P시에서 살았던 아이? ⋯아니면, Y시에 몸을 담은 이?

그는 모두 같은 사람이나, 둘을 완전히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든 일이다. 이 지구에 다시 생을 부여 받은 세이라는 다소 자신 없이 굴기는 했더라도 모두와 어울리는 과정에서 보다 웃으며 살 수 있게 된 사람이었고, 그 이전까지의 츠치에는 그보다는 훨씬 어두운 아이였으니까.
소위 반에서 겉돈다고 할 만한, 내성적이고 어딘가 음침하며 존재감이 없는 애.
그것이 츠치에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츠치에 세이라는,
과거를 모두 알아 버린 세이라는 이제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설령 그가 과거를 떠올렸다고 해서 밝은 얼굴로 지냈던 지난 Y시에서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15살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이 한순간에 없어질 리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전 생의 기억을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었다.

―그는 누군가 상냥하다고 평해주던 것이 다만 자신이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방어 수단임을 알았다. ⋯상대가 거리낄 법한 행동을 했을 때, 그 상대방이 쏘아내는 눈빛이란 얼마나 날카로운 것인지. 차마 그에 베이고 싶지 않았던 내성적인 이는 눈을 흘기며 상대의 비위를 맞추었다.

―하여 그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꺼려하였다. 타인에게 상처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하여 모두가 지금 웃을 수 있다면, 자신 따위는 버리는 편이 편했다.
그에 그는 스스로의 진심을 점차 잊어갔다. 밖으로 꺼내놓을 일 없는 마음 같은 건 이제 그가 신경 쓸 거리가 되지 못하였으니.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어. 그저 현재를 무사히 넘기고 싶었으니까.
언젠가는⋯ 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던 때가 있었던가.
⋯⋯하지만⋯⋯ 이젠⋯ ⋯모르겠어. ⋯어떤 걸 말하면 좋아?

그러므로 세이라는 조금 어두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되었다기보다도⋯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 그가 이렇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Y시에서 웃으며 살아가던 것 역시 세이라였을 터인데. 무엇이 그마저도 이토록 가라앉게 만든 건지. ―그것은 아마도⋯⋯. 함께 여행을 갔던 그 날. 제 몸이 투명해지고, 자신이 한 번 죽었던 사람이며, 언젠가는 다시 이 세상을 떠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만 때. 그가 느낀 모든 혼란이나,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 내에 원치 않게 이별을 겪어야 할 어떤 운명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다시 살아나 버린 이곳과 연을 쌓으며, 다툴 때에, 헤어질 그 날에, 지난 날의 따스함을 그리며 더 아프고 싶지 않았으니까.
⋯어차피 놓을 손이라면. 애초에 온기를 느끼지 말았어야 했던 건지도 몰라. ⋯미안해.

그리하여 세이라는 모두의 앞에 밝게 서는 것을 포기하였다.
⋯⋯아니, 그럴 수 없었겠지.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세이라는 언제고 두려워지고 말아서.

⋯모든 것이 나의 잘못 같아서.
⋯애초에 그렇게 정을 쌓았으면 안 됐는데.
감히 지금의 행복을 누려도 좋다고,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는 거였어.

결국 그는 모두에게서 등을 돌렸다.
무작정 뜀박질해나간 다리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뒤를 돌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왜일까. 간간이 자신이 돌아온 과거를 그리게 되는 것은. 단지 아래로만 떨어지게 된 자신의 꼴이 참 한심하게 다가왔던 건.

―그러나 개운치 않은 속에도 이미 자신의 의견을 접어두었던 츠치에 세이라는 왜 자신이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함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던 날.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자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 날을 꺼내게 되는 건, 그때 자신이 택한 모든 일이 잘못이었던 것만 같아서. 그는 알 수 없는 참담함과 함께 실수만을 반복하는 자신에 비관할 뿐이었다.

⋯있지, 그때. 내가 조금 더 잘 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우리로 있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랬어. 나는 옛날부터 잘 하는 거라곤 하나도 없는 아이였으니까.
⋯미안해, 나. ⋯⋯무서워.



특징
A. 생전의 일

생일: 12월 18일

외관 색: 현재는 ‘B반’ 특유의 흰 머리에 푸른 눈을 하고 있지만, 원래 생전에는 갈색 머리에 녹색 눈을 지녔었다. 구태여 ‘소원’을 사용하여 현재의 모습을 바꿀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20살이 된 현재에 이전 삶에서의 머리 색이나 눈 색을 되찾지는 않았지만, 이전의 모습을 아는 ‘B반’이라면 세이라의 이러한 모습도 알고 있겠지.
▼예전에는 이렇게 웃지 않았겠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겠지만… 마땅히 따로 더 그림을 그릴 시간은 나지 않아서 2부 때 외관을 원래 색으로만 바꿔둔 것을 참고용으로 첨부해둡니다.


가족관계
어머니, 아버지, 남동생이 하나. 크게 화목하지도, 그렇다고 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4인 가족이었다. 특별히 불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터에 그들이 어린 세이라를 신경 쓰기가 힘들어 가족의 사이가 점점 서먹해졌다. 그런 상황에 맞추어 일찍 성숙해져 버린 세이라에게 부모님은 신뢰로 말미암아 더욱 어린 동생을 맡기기까지 했으니 어린 세이라에게는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남동생과 노는 것은 즐거웠고, 가끔씩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면 즐거웠으니, 역시 나쁜 가정은 아니었던 모양.

⋯다만⋯⋯ 현재 세이라의 가족들은 아무래도 Y시로부터도, P시로부터도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고 있는 모양이라, 세이라는 이제 그들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나서서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으니⋯⋯.

……그런데… …뭘까? 오히려 세이라가 아니라, 기존의 ‘A반’ 친구 중에서 세이라네 가족의 행방을 알아낸 친구들이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친구’가 아니라, ‘친구들’이라는 것은… 하나도 아니라는 것이겠지. (*세이라&소라&시즈마 텍스트 관계와 관계)

취미
10살보다도 훨씬 어린 때에는 인형 갖고 놀기를 좋아했던 것 같지만, 어느샌가 남동생과 노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에게 취향을 맞추게 되고, 그는 더 새로운 취미를 잡아내지 못했었다.

과거 3-B 친구들 사이의 이미지
아이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성격보다 조금 어둡고, 그 사이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그렇다고 크게 겉돈 것도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편이었기에.
다 같이 친구였던 만큼, ‘B반’을 분명히 좋아했으나, 내성적인 성격 탓에 먼저 다가가는 것도 잘 하지 못해 대체적으로는 어울리는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그런 중에도 세이라와 유독 얼굴을 트게 됐거나, 세이라를 챙겨주고, 놀아주었던 친구들은 있지만 말이다.
똑같이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아 조를 짤 때면 어쩐지 자주 아이들끼리 이미 짝을 지어 버려 남아 버린 인원으로서 함께 하게 되었던 켄신이라거나, 이렇게 남게 되는 둘을 보면서 또다시 장남으로서 누군가를 보살피는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둘을 챙겨주고 만 유우마라거나.
혹은 무리와 노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고 말아 독특하게도 혼자 겉돌고 있던 세이라를 찾아가 유난히도 행동을 같이 하며 친해졌던 아샤와 같이.

한편, 세이라가 나서서 속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커서, 그가 그렇게 어두운 성격을 지니게 된 데에 대해서 ‘B반’ 친구들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아마 초등학교 때 전학 오기 전까지 동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이 큰 원인이 된 것 같다. ‘B반’ 친구들을 만나기 이전까지 살던 곳의 거리에서 본 아이들은 세이라를 놀이에 끼워주긴 했더라도 어쩐지 서먹하게 구는 일이 많았으니까. 특히 동네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아이가 세이라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뭐, 이제는 다 지난 일이긴 한가.

B. ‘소원’
여전히도 소원 능력에 의존하는 일이 적었으나, 예전보다는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기 위해 능력을 쓰는 일이 잦아졌다. 지구의 사람들과 마주하여 물건을 사는 것보다야, 이쪽이 차라리 지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데에 용이하였으므로.
―치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별은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상처받지 않기 위함이라 한다면.
⋯이 편이 나은지도 몰라.


C. 지난 5년 간의 행보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세이라는, 오두막에서 기억을 찾았을 당시에는 꽤 혼란하고 가라앉은 모습을 보였으나, Y시에서 다시 친구들을 마주하였을 때는 꽤 괜찮은 얼굴로 친구들 앞에 섰었다. 꼭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자신은 혼란한 일 없다는 듯이.

그래서 처음 여행이 끝나고 얼마 안 지난 때에는 미묘하게 어색한 분위기라도 원래 했던 약속들을 지키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어느 날은 나루타키가 예전에 말했던,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던 약속을 마무리 짓기 위해 둘을 부른 적이 있었다. 또 어느 날은 시즈마와의 요리 약속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었겠지.

실제 그가 느낀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간의 괴리는 꽤 큰 편이었으며, 언젠가는 돌아가야만 한다는 이별의 징조를 직접적으로 마주한 것은 세이라에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에 맞추어 세이라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두려움으로, 이는 그가 더는 이 세상과의 연을 더 쌓고 싶지 않다고 하며 마음에 벽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틀렸던 걸까?

그에 맞추어, 얼마간 괜찮은 듯 보였던 세이라는 결국 어느 기점―개학 약 일주일 후―에 아무런 말 없이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었으며, 오두막에도 걸음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밖으로 얼굴을 비추지 않아, 오로지 함께 사는 켄신과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을까.
도중에 ‘A반’ 친구들이 찾아와 만남을 청하면 응하지 않았다. 방에 콕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조용한 하루를 보낼뿐. 몇 번이고 문을 두드렸더라도 그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켄신이 옛 가족이 사는 곳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거절할 명분도,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아 곧 이 집에 남은 온기는 하나가 되었다.

…원래 이렇게 차가운 곳이었나. 바람이 스칠 적에 문득 살이 떨리면 세이라는 그때가 Y시를 떠나야 할 순간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더 이상 Y시에 살지 않는다. 원래부터 적었던 짐을 캐리어에 몰아 담고 무작정 옮긴 걸음은 Y시를 멀리 벗어난 타 지역의 한 빈 집에서 멈추었다. 언젠가 Y시에 자리를 잡았던 때처럼, 세이라는 그곳에 잠시 신세를 지기로 했다.
…하지만 그곳에 오래 있으니 점차 Y시에서 자신을 챙겨주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를 떠올리고 난 세이라는 왜인지 두려워지는 것이다. …만일, 또 한곳에 정을 붙이고, 연을 쌓게 된다면……. Y시에서와 같은 상황을 빚고 싶진 않았으므로, 그러한 생각이 들고 나면 세이라는 다시 걸음을 옮겨 다른 지역으로 갔다.

―그런 방식으로 몇 번이나 정착했다 떠났을 걸음. 이제 세이라에게 정해진 집은 없다.

잠시간의 주인이 떠남과 동시에, 켄신과 함께 살던 Y시의 집은 짐이 모두 빠져 세이라가 처음 왔던 때처럼 비어 있는 집으로 남았다. 애초에 세이라가 살았던 곳이라고는 해도, 그곳은 원래부터 세이라의 땅이었던 곳은 아니니 참 당연한 일이었겠다.
…그렇지만…… 비운다고 비웠어도, 아무래도 사람이 살았던 곳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라. 세이라가 실수로 두고 간 물건이 있기도 했던 모양이다. 세이라 자신은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그의 소지품이었던 크로스백과, 그 속에 들어 있던 뜨개 용품 등을 시즈마가 챙겨갔다고 하는데… …과연, 언젠가는 알 날이 올 지.
하나, 남겨둔 물건의 존재 여부와는 관계 없이, 어쨌든 이 집에 계속 빈 채로 남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겠다. 그러니 누군가는 이곳을 계속하여 세이라의 집으로 기억했더라도 별로 이상할 건 없겠지.

현재의 방랑 생활에 맞추어 세이라의 발은 참 많이 밖을 걸어다녔으나, 한 번 잠시 머물 집을 정하고 나면 그곳을 다시 떠날 때까지 세이라가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B반’의 특성상 특별히 무언가 먹을 필요도 없어 식사를 챙기지 않았고, 가끔 가다 필요해지는 물건은 제 ‘소원’ 능력으로 채웠다. 그러고 나면 바깥으로 나설 때란 정말 드물게 찾아와서, 세이라는 더욱더 집요하게 방에 붙인 발을 떼지 않았다.

밖을 향하지 않는 발은 더는 세이라를 학교로 데려가지 않았다. …어차피 모두 잊어 버릴 인연을 쌓는 건, 참 허무하고 아픈 일이라.
…다만…… 집 밖으로 잘 안 나가게 된 점이나, 학교를 관둔 것까지. 이러한 상황은 모두 어떤 특별한 만남으로 인해 그 양상이 바뀌기도 한 모양. (*관련 내용 세이라&유우마 텍스트 관계에 서술)

인연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하여 황급히 발을 뗀 세이라는 결국에 친구들과 자주 주고받던 연락까지도 대부분을 끊어내 버렸다. 특히 ‘A반’과의 연락이라면 예외 없이 모두 끊었으며, 특수하게 ‘B반’의 몇몇 친구들(슌, 켄신 등)과만 간간이 메신저를 주고 받는 정도이다. 하나 세이라가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 그마저도 교류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연락이 닿았다고 해도 답을 자주 주지 않아 대화가 제대로 오가는 일이 드물다.

…단지……. ‘A반’의 연락의 경우 답만 안 했을 뿐이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부터는 꾸준히 도착하는 메시지를 읽기 시작한 것 같다. 언젠가부터 ‘읽음’ 표시가 남기 시작했으니, 연락을 보내는 이도 세이라가 어느 때부터 메시지를 꾸준히 읽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겠지.

…그런데, 이렇게 대부분의 관계를 단절하듯 방랑 생활을 이어가놓고선… 19살의 늦여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유우마와 함께 갑작스레 한 곳에 정착하여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대체 왜? (*관련 내용 세이라&유우마 텍스트 관계에 서술)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되는 버릇은 여전하다. 그는 여전히, 마음이 찢어질 만큼이나 자신이 돌아가야 할 자리를 잘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이별을 직시하는 것이 무서우면서도 그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시선이 위를 향할 때마다 그곳에 뜨인 별은 세이라에게 속삭이곤 했다.
“넌 언젠가 여기로 돌아와야 해. …이곳이 네가 있어야 할 곳이니까.”


그러면 세이라는 꼭 그에 답하듯 두려움 섞인 얼굴로 하늘을 응시하는 것이다.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취미
15살까지 즐기던 뜨개질은 손에 잡는 순간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어서,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되었다. 집에서 보내야 할 긴 시간 동안 대신하여 손에 댄 것은… ……멍 때리기? 아니면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그도 아니라면 그는 결국 잠으로 시간을 죽이곤 했다. 무엇도 않고 보내는 일상은 번잡한 생각을 피어오르게 하여 세이라를 괴롭히곤 했으니.
―하지만 이것들은 취미라고 하기에는 참 애매한 것들이었다. 저런 것들은 결국 무료한 시간을 흘려 보내기 위한 수단 같은 것에 불과했으니까. 결국 그는 새로운 즐길 거리로써의 취미는 찾지 못한 셈이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뜨개질 세트가 보이지 않던데…… …Y시의 집에 두고 왔던 걸까? ―이제는 하지도 않으니 있어 봤자 별 소용도 없겠지만.


D. 호불호
10살보다도 더 어렸던, 아주 옛날의 세이라는 호불호가 강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글쎄.
…뭘 좋아하고, …싫어했더라…….


E. 타임라인 정리
*텍관 조율 중 시간 흐름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만 적어두었습니다. 언급 빈도 등은 텍관 애정도와 무관합니다!! 주로 미리부터 조율을 했던 경우가 많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시기 논의를 할 시간이 많았다는 이유로…)

―2018년 여행 직후, 15살. 시즈마가 여행에서 있던 일을 가장 처음 사과하러 왔다.

“…미안해. ……하지만, ……시즈마의 잘못이 아니니까.”

제가 한 대답이 꼭 맞았다. 그것은 시즈마의 잘못이 아니었으리라. 단지, 어떤 흐름이 우리를 그곳에 이끈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왜일까. 시즈마에게 차마 괜찮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고 하던 말은 그런 의미.
…시즈마의 잘못이 아님에도, …나는 말할 수 없었어.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괜찮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어.

―2018년 여행 얼마 후, 15살. 나루타키로부터 다짜고짜 나오라고 하는 연락을 받았다. 이전에 켄신과 이야기가 나왔던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던 약속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라고 했다. 어쩐지 직접 가르쳐주기는 힘들어진 모양이지만, 대신해서 함께 살 자전거를 추천해준다고 했다. 조금 듣다가 그 자리에서 덜컥 사 버리니 어쩐지 나루타키가 황당하다는 듯 말을 꺼내기도 했지만…… …좋아 보였는 걸. 그 자전거.

“……진짜냐?”

―2018년 방학의 끝자락, 15살. 시즈마가 간단히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던 약속을 지킨다고 찾아왔다. …이전에 사과하던 때의 분위기를 잊을 수 없어 가끔씩은 생각에 잠겨 버렸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였겠지? ……그랬어야 해.

―2018년 개학 바로 전날, 15살. 나루타키로부터 앞으로의 등교는 자신을 빼고 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곳, Y시를 떠나려는 걸까? ―나쁘지만은 않은 눈치가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어쩐지 세이라의 걸음은 이미 나루타키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붙잡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외려…… …그래. 두려웠던 것 같아. 다음 날 개학을 하고, 다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난 어떤 얼굴을 하고 그 앞에 서야 하는 거지?

이러한 혼란 탓일까. 늦지 않게 나루타키를 만나 나도 모르게 덜컥 자신도 데려가면 안 되냐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수락하면 오히려 큰일일 질문. 이렇게 충동적으로 나가 버리는 건, 분명 켄신에게도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았다. ―어쩌면 나루타키도 눈치가 좋은 탓인가. 제안이 거절되고 나면 왜인지 모르게 안심하고 말았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한 채, 나루타키에게 인사를 하고선 무언지 모를 복잡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어.



―2018년 개학 후 일주일, 15살. 어쩐지 견디기가 힘들어져 대부분의 연락을 끊어 버린 채 집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켄신에게 민폐가 되면 어떡하지?

―2018년 집에 틀어박힌 후, 15살. 나루타키와 켄신까지 셋이서 함께 사두었던 자전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은 켄신도 같았던 건지, 우리는 곧장 둘이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둘이서라도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한다면, 빠르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숙달할 수 있지 않을까.
―2018년 집에 틀어박힌 후, 15살. 가끔씩은 시즈마가 얼굴을 비쳐달라는 듯 찾아오기도 했지만, 나갈 수가 없었다.
―2018년 집에 틀어박힌 후, 15살. 답장을 주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연락을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리츠, 시즈마……. …하지만 ‘A반’에게만은 답을 할 수 없어서… 나는 자주 휴대폰을 덮게 돼 버렸다.
……. …… ……미안해…….

―2018년 가을, 15살. 이제는 보조 바퀴 없이도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 직후에, 켄신은 이제 함께 사는 집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거절할 명분도,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아서. 가만히 켄신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이게 옳아.
―2018년 가을, 15살. Y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누구와도 더 연을 쌓지 않게. 멀리 가 버리는 거야.

―2021년. 18살. 우연히 사카시타를 보는 일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있으면 안 좋은 거잖아. ……그런데 왜 붙잡아?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세이라&시즈마 텍스트 관계와 연관)

―2022년의 늦여름, 19살. 나루타키와 우연히 마주친다. 예전 여행 때와 비슷한 복장. 못알아보는 게 이상할 만큼…… ……나루타키?
―2022년의 늦여름, 19살. 나루타키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20살. 나루타키와 함께 여행 날짜보다 하루 먼저 여행지에 발을 옮겼다. 새로운 장소에 갈 때면 지리 파악부터 하던 나루타키의 습성을 그대로 따른 결과였다.
…어쩌지.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아직까지도 오는 연락이 있다. 몇몇의 ‘B반’ 친구들에게 답을 하고선, 익숙하게 핸드폰을 덮어 버렸다.
……나 같은 건 놓아 버리면 좋을 텐데……. ……난,
어쩌면 좋은 걸까.
…적어도, 여행에 가기로 결심한 지금이라면…….
‘이번 여행에 가기로 했어’ ―길었으며, 동시에 짧았던 문장. 단 하나의 문자가 5년만에 송신된다.
(*이 문자를 받았다고 아무렇게나 날조하셔도 됩니다.. 대체적으로 꾸준히 연락을 주었을 ‘A반’ 친구들에게 보냈을 것 같은데…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도 그냥 날조해주세요…)





오너
*슬슬 굳이 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같은 내용은 줄여두었습니다.

접속 시간대: 주로 저녁~밤
역극 성향
-로그 없이 역극으로 미는 편을 더 선호하나, 가끔은 로그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내용은 치고 싶은 만큼 치며, 순서대로 미는 것을 기초로 합니다. 가끔 변동이 생길 수 있으나, 길이 및 순서에 편파 의도를 담지 않습니다.
-모든 타래는 먼저 끊지 않습니다. 2부 들어 알림이 안 오는 경우가 있어 25시간 이상 답이 오지 않을 경우 먼저 마음을 찍어주시면 찾아가기 편합니다. 또한, 먼저 끊으셨다면 가급적 새로운 타래로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의 소재: 커뮤 수위 내에서라면 무엇이든 조율 없이 진행하셔도 됩니다. 오너 간의 예의에만 신경 써주세요.
그외
-마음은 별 의미 없이 찍습니다.
-아이들 프로필을 보고 날조하거나, 역극 중 다른 친구 언급 등이 잦습니다. 불편하실 경우 꼭 말씀해주세요.
-조율 중의 거절에 개의치 않는 편이니 조율 과정에서 싫은 게 있으시다면 숨기지 마시고 꼭 말해주세요. 그를 위한 조율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3부의 세이라는 다소 많이 우울하고⋯ 비관적이고⋯ 예민하게 구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주의는 하겠지만, 혹 상처를 받으시거나⋯ 등등⋯ 필히 편히 찾아와주세요⋯⋯.

+세이라는 현재 지구에 남을 사람들과 더 연을 쌓는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함께 돌아가야 할 ‘B반’보다도 ‘A반’에게 더욱 민감하게 선을 긋는 행동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B반’과 관계를 쌓는 일 역시 피하려는 마음이 있지만, ‘A반’에게는 더 정도가 심할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A반’과 ‘B반’ 사이의 선을 짙게 인식하고, 한쪽 편향적인 느낌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는 세이라 및 오너의 ‘A반’, 그리고 ‘B반’에 대한 애정도와 전혀 무관하며 편파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그와 함께, 이러한 행동 경향이 뒤에 계실 오너 분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쓸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불편감을 느끼셨다면 이도 마찬가지로 꼭 말씀 부탁 드립니다.
텍스트 관계
*기본 가나다순, 다인관+개인관이 함께 있는 경우만 순서를 조정하여 정리
*서술 길이는 관계에 대한 애정도와 무관합니다


과거의 인연, 현재의 인연
【 나루타키 유우마 - 츠치에 세이라 - 카와사키 켄신 】

: 여행에서 돌아오고 얼마 후, 켄신과 세이라에게는 유우마로부터 갑작스레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갈 일이 생겼다. 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부름을 받고 나갔더니 셋이 함께 돌아다니며 어떤 자전거를 사면 좋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지난 때 켄신에게 자전거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한 연락이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유우마가 좋다고 하는 자전거를 그 자리에서 덜컥 사 버려 유우마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지만… …내심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 않을까. 이 약속은 지켜지고 있지만, 지켜지지 못할 것 같다고.

그리고 보통 이러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방학이 끝나자마자 Y시를 떠난 유우마와, 제 집으로 돌아간 켄신, 온기가 남지 않은 집을 두고선 마찬가지로 길을 떠나게 된 세이라까지.
―결국 한 사람의 자전거와 두 사람의 도보로 함께 하던 등굣길은 이제 없다.
지난 때 아침마다 학교로 같은 발걸음을 옮겼던 일이 무색하게 셋은 각자의 발을 모두 다른 방향으로 뻗고 말아서.

하지만 왜일까. 그런 중에도 가끔은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에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면 어쩐지 Y시에서 함께 했던 기억보다도 먼저, P시에서 어울렸던 때가 떠오르곤 했다.

유난히 반에서 겉돌던 세이라와 켄신. 둘은 학교에서 여럿을 짝지을 때마다 꼭 선택받지 못하고 남는 인원이 되어선 같은 조에서 얼굴을 맞대곤 했다. 그리고 예전부터 장남으로 살며 주변을 챙기는 일에 도가 텄던 유우마는 왜인지 한 조에서 뻘쭘하게 앉아 있던 그 둘을 내버려두지를 못했고.
결국에 생후 함께하던 순간 만큼 친했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전의 셋 역시 어느 정도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했던 셈.

…생각해 보면 그때 ‘유우마’도 우리를 챙기고 살았구나. 기억도, 상황마저 달랐던 데다, 겹치는 것도 없는 우리 3인이서. 그렇게 몇 번이고 인연을 맺다니.
…이상하지.

참 신기한 일이야. 다시 맺어졌던 연도, 기억이 돌아와 이렇게 다시 과거를 그려보는 순간까지도. …모든 것이.



기묘한 동거
“같이 살래?
【 나루타키 유우마 - 츠치에 세이라 】
“…같이? … …그래도 된다면…

: 19살 여름의 끝물, 길거리를 지나다 왜 하필 그곳에서 발을 멈추었는지 모르겠다. 옆 시야로 비치던 이상하게 익숙한 인영에 고개를 돌리면 네가 있었다.
15살 때 떠난 여행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차림이, 무의식중에 한 마디 부름을 건네게 만들었다.
“…나루타키?”

…그때 네가 뭐라고 답했더라. 여름의 마지막 열기에 젖어 흩어졌을 몇 마디 말은 간만에 만난 것들 치고는 참 실없는 것들이었지 싶다.
그러나 개중에도 기억에 남은 말은 있었는데, 그중 가장 놀라웠던 말은 역시… …당신이 꺼내온 동거 제안 얘기였을까.

이유라고 할 만한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기사, 애초에 그 사유가 중요한 건 아닌가.
그래도 과거, 나루타키가 Y시를 떠날 당시에 자신이 먼저 꺼냈던 충동적인 제안을 생각하면 조금 우습기는 했다. 그때는 내가 당신더러 데려가달라 이야기를 하고, 당신은 그것을 거절했었는데…….

과거를 돌아본 마음은 어쩐지 당신의 제안에 끌리는 구석이 있어서. 결국 둘은 그때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

뭐, 그렇지만 동거라고 해도 별 것은 없었다. 단지 집에 사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겼을뿐. 그러나 그런 단순한 숫자 늘림이 삶에 큰 변화를 주는 때는 분명히 있어서. 함께 살게 된 순간부터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상으로 매일을 채우며 조금씩 위태로운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던 것 같다.
먹지 않던 식사를 챙기고, 사람이 사는 것처럼 집안일을 나눠 했다. 가끔 웃었고 자주 서로가 없는 것처럼 살았다. 어느 때는 나루타키가 학교에는 다니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밖에 나가는 것도, 어딘가에 나가 사람을 보는 일도 여전히 무서운 일이라 처음에는 그를 거절하려 했었다. ……그런데…… 왜일까. 얼결에 시작한 이 기묘한 동거처럼, 예전에 함께 등교를 당신과라면 어쩌면 학교에 가는 일까지도 잘 풀릴지도 모른다고. 괜히 어설픈 생각을 해본 것도 같다. 그리하여 처음 뻗은 발걸음은… 역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채 다시 빠르게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때 당신이 한 말이란……

‘뭐… 어차피 잊을 건데.”―오히려 잊으니까 괜찮은 것 아니야?

이런 것이라. 그를 듣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풀려 버린 세이라는 그 뒤로 몇 번씩은 나루타키를 따라 학교에 가기도 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은 서로 지탱이 되기도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도 결국 그는 얇은 설탕을 펴발라 발밑을 지탱할뿐인 것에 가까웠다. 곧 깨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가장 이상한 건 아마, 위태한 상황에서 오는 작은 평화가 있다는 것. 평화로움을 손에 쥐고 세이라가 다시 생각한다.

이 여행에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하지만 단 것을 찾아 먹다 보면 씁쓸함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되곤 하더라

“…차라리 몰랐더라면…….
【 츠치에 세이라 - 카와사키 켄신 】
“나는… 그래도 온기를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고마워.

: 예전, 세이라가 함께 살자고 제안을 했던 때부터 줄곧 둘은 함께 살게 되었으나… 분명 이 상황은 오래 지속될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고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
…하지만 그것이, 이런 형태로 어설프게 끝이 날 줄은 몰랐는데.

기억을 되찾고 돌아오니 켄신은 아무래도 무언가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어서 자신의 가족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나 '자전거를 배워 유우마와 같이 등교하자'는 약속 역시 기억하고 있어서, 세이라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이곳에 남아 있자고.

사람의 속을 읽을 수 없는 세이라가 켄신의 그러한 속을 정확히 알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켄신이 제안한, 나루타키가 없긴 해도 둘만이서라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연습하자고 하던 말을 그는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세이라가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된 이후로도 몇 번이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던 어느 날. 해묵은 보조바퀴의 나사를 풀고 난 때에 켄신은 함께 살던 집의 현관 밖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붙잡지는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어쩐지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그렇게 당신을 떠나 보내고 나니 어쩐지 더 이상은 이 집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Y시는 있는 것만으로도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무서워. 이곳을 떠나고 싶었어. ……그래서……

어느덧 각자의 길로 흩어진 둘이나, 그 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현재는 휴대전화를 통해 메세지를 주고받거나, 켄신에게 현재 거처하는 곳의 주소를 알려주고 나면 편지를 받는 식으로 교류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흩어져도 끊을 수는 없는
【 사카시타 시즈마 - 츠치에 세이라 - 카와사키 켄신 】

: 15살, 여행이 끝난 직후. 시즈마는 가장 먼저 세이라와 켄신에게 사과를 하러 왔었다. 그에 대한 세이라의 반응은 물론 시즈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것은, 왜였을까.
차마 괜찮다는 말까지는 돌려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던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날 이후 켄신과 시즈마, 세이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았다는 것. 이후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함께 요리 연습을 하며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는 일도 있었지만… …분명히 분위기가 예전 같지는 않았으리라.

결국 개학이 시작되고 얼마 후 세이라는 집에 틀어박히고, 시즈마는 그런 세이라와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잘 풀리지 못한 모양이다. 세이라는 시즈마가 찾아오는 동안 한 번도 방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종국에는 각자의 길로 흩어지기까지 해서, 이제는 더 전과 같이 돌아가는 건 힘든 일이겠지.
그럼에도 시즈마는 세이라와 켄신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주었다. 세이라는 그에 한 번도 답장을 주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연락을 읽기 시작한 모양이다. 켄신은 시즈마와 비교적 꾸준히 연락을 하였고, 덕분에 세이라의 안부는 켄신을 통해 시즈마에게 전해지는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러한 셋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될 것이 지금. 어떤 인연은 참 질겨서, 이리도 끊기지 않는 법일까.



“예전에 네가 스스로 착하지 않다고 한 말이 뭔지 알겠네.
“근데 지금은 네가 분란을 피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피하려고 해서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난, …지금 내가 이러는 건… ……적어도 이게, ……. …'사카시타'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어.
Carpe diem?
【 사카시타 시즈마 - 츠치에 세이라 】

: 분명 세이라가 갑자기 말 없이 학교를 안 나가고, 종국에는 Y시를 떠나 버리기까지 한 모든 일들이 시즈마에게는 상처가 됐겠지 싶다. 조금만 더 대화를 했더라도 잘 풀릴 수 있을 관계였는지 모르는데, 자꾸 피하려 하기만 하고 제대로 된 말을 건네지 않는 세이라의 태도가 그에게는 참 서러운 것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세이라 역시 그러한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나 그럼에도 기어코 지난 5년간의 꾸준한 연락에 답을 주지 않은 것은…… ……이제 와서 얽히려 하는 것이 오히려, 미안한 일 같았으니까. 아니, 그보다도 먼저, 우리는 더 이어져서는 안 되는 연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차피 헤어질 우리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연을 이어가 보았자 헤어지는 순간의 아픔밖에 더 안 될 텐데… …그럼에도 왜 나는, 어느 순간 당신이 하는 연락을 읽게 된 것일까.

_________

그렇게 애매한 상태가 지속되던 중, 18살의 2학기 시즌 즈음에는 우연이 둘이 만나는 일이 있던 모양이다. 이때에도 세이라가 친구들을 회피하는 성향은 지속되었는지라, 제대로 된 대화가 이어지지는 못했고……. 시즈마는 시즈마대로 세이라에게 서운한 감정이 남을 수밖에 없는지라, 좋은 말이 오가진 못했던 듯하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돌고 도는 인연의 물레는 또다른 기연을 자아내니
【 사카시타 시즈마 - 스가와라 소라 - 츠치에 세이라 】

: 츠치에는 가족에 대한 것을 알아보지 않아 모르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시즈마와 소라는 세이라의 남동생과 연이 닿아 현재 츠치에네 가족의 행방을 알게 된 모양이다.
그러한 사실을 세이라에게 연락으로 알려준 일은 아마 없겠지만… …어쩌면, 이러한 사실이 과거를 외면해 버린 세이라가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걸까.



친구는 우리가 아니라…
【 스가와라 소라 - 츠치에 세이라 】

: ‘그 사건’ 이후로 세이라는 소라에게 연락하는 일이 없어졌으며, 소라 역시 세이라에게 별달리 연락하는 일은 없었다.
결국 애매하던 둘의 관계는 ‘친구’라 부를 수는 없던 것인지……

……그런데… 뭘까? 참 기이하게도, 정작 둘의 인연의 끈은 제멋대로 다른 곳을 향했더라도, 정작 둘의 남동생들이 ‘친구’로서 인연을 쌓아온 모양이다.
둘은 조금 나이 차이가 나는 사이였지만, 무언가가 잘 맞은 것인지 퍽 친하게 지내는 친구 사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교류는 주변인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 언젠가는 소라가 ‘츠치에’라는 이름을 가진 소라 남동생의 친구에게 의문을 가지는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츠치에’라고 하는 친구에 대해 소라의 남동생에게 물어보는 일이 있었는데… 이는 반대로 소라의 남동생도 그러고 보면 과거에 누나와 놀던 친구 중에 ‘츠치에’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을 계기로 소라와 츠치에의 남동생이 만나는 일도 있었던 모양인데…… 아무래도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온다는 건 통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소라가 말을 얼버무리자 츠치에의 동생은 그대로 실례했다는 말을 남긴 채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그친 모양.

…결국 애매하게 끝나기만 한 인연인 셈이지만… 혹, 이 인연이 둘의 관계에도 무언가 영향을 주는 일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친구인가?)



보석엔 시간의 흠이 박혀
【 카나도메 리츠 - 츠치에 세이라 】

: 지난 여행 이전까지만 해도 참 꾸준히 교류를 이어나가던 둘이었는데, 잘못된 것은 어느 때부터였을까. 리츠는 그 사건 이후로도 끊임없이 연락을 보낸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세이라는 그때의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리츠에게로의 연락을 완전히 끊은 모양이다.
Y시를 떠난다는 말도, 더 이상 연락하기 힘들다는 말도 없이 갑작스레 끊겨 버린 이 모든 상황이 리츠에게는 퍽 당황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르나…… 사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일이 있다고 해도 쉽게 끊기지는 않는 것이 아니겠나.

지난 5년, 세이라는 리츠의 연락에 한 번도 답을 주지 않았으나, 언젠가부터는 리츠의 꾸준한 연락을 읽기 시작했다. 리츠는 세이라가 떠난 것을 앎에도, 여전히 습관적으로 세이라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였다.

…그는 이전에 비한다면 분명 교류라고 하기에도 힘든 어설픈 것에 불과하였으나…… …그래도 보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한은. 다시 그에 빛이 돌 순간도 오는 것이 아닐까.



네? 사람이 챗봇이라고요?
【 아마노하라 슌 - 츠치에 세이라 】
―네, 제가 바로 그 인간 챗봇입니다

: 세이라가 대부분의 (띠링) 연락을 (띠링) 끊고서 한참……. (띠링) (띠링) (띠링) ―아니, 아까부터 이게 무슨 소리야?
휴대폰을 켜 확인해 보면…… 아. 또 슌이구나…….

그래, 돌아가지 않는 세이라의 답장에도 꾸준히 연락을 보내는 이는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슌이었다고.
서로 떨어져 얼굴을 보지 않는 동안에도 슌은 꾸준히 세이라에게 무언가 연락을 남겼고, 그 꾸준함에 세이라도 슌에게 가끔씩 답을 돌려주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비록 슌이 한 10개의 톡을 보낼 동안 세이라가 하나 정도를 돌려주는 꼴이었던 듯하지만…… 뭐, 그래도 연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어디인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대화라고 해도 슌의 밝은 연락이 세이라의 마음을 어느 정도 편안하게 만든 것만은 분명하리라.


옛날 이야기
【 엔도 아샤 - 츠치에 세이라 】
: 아직 둘이 죽어 Y시에 별의 아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 그들이 살아 P시에 살던 때에 둘은 함께 모여 논 무리의 아이들 중에서도 꽤 친하게 지냈다고 할 법한 사이였다.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던 과거의 아샤는 분명히 무리 속에 끼어 있었으나, 속한 집단 자체에 주의를 주기보다는 참 독특하게도 이질적으로 겉도는 아이에게 눈길을 주곤 했었다.
그러한 아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과거의 어린 세이라. 동떨어져 있던 그에게 아샤는 거리낄 것 없이 다가갔고, 세이라는 그런 아샤를 조금 당황스럽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 그래도 그 시절까지는 우리의 관계란 것이 꽤 괜찮은 것이었던 것 같아. 함께 하다 보면 못하던 걸 해볼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즐거워지고, 또… …마음도 편해지곤 해서….

…그렇지만 네 제안으로 오두막에 갔던 그 순간. 어쩌면 그때부터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져 버린 걸지도 몰라.
너는 15살 때의 그 여행에서 돌아오고선 사과를 건넸지만, 나는 그 사과를 받긴 했어도, 제대로 너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돌려줄 순 없었어. …하지만 알아. 네 잘못이 아닌 걸. …그럼에도, ……왜 나의 마음은 가끔 너를 원망하고 마는지.
……분명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거야. ……그때로, 더는……

_________


옛날 어느 한 도시에 사이 좋은 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P시라고 하는 도시 속 한 또래 무리에 속해 있었지만… 밝은 쪽의 아이는 간혹 그 무리를 벗어나고 싶어 했으며, 어두운 쪽의 아이는 어쩐지 항상 혼자 있어, 어두운 아이는 밝은 아이의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나랑 같이 놀래?"
"…다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 말고 너 말이야! 세이라… 라고 했던가, 나는 너랑만 같이 놀고 싶어!"

다시 옛날의 한 도시. 그곳에는 사이 좋은 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별가루처럼 빛나는 흰 머리칼과 하늘을 담은 눈동자를 가진 두 사람… 둘은 친애하는 아이들과 함께 Y시를 떠나 어느 바다가 보이는 도시로 향합니다……

어느 이야기 속에서도 좋은 결말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처참함 속에서도, 더는 외면하지 않을 용기를…, 더는 아이가 아니게 된 만큼의 강함을…, 이야기의 종장을 기다리는 두 사람은 결말을 향한 여행길에 오른다.
keyboard_double_arrow_up code keyboard_double_arrow_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