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발에 금색의 눈. 양쪽 귀에는 눈처럼 금의 색을 한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으며, 제복은 기본적인 방식대로 정갈하게 차려입었다.
권능
속성 : 빛
권능 명 : 미다스
권능설명 :
손에서부터 흡사 금을 닮은 빛의 알갱이들을 뻗어낼 수 있다. 이 모습이 마치 손에 닿은 것을 금으로 만드는 미다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미다스’라 이름 붙였다. 다만 어느 이야기 속 이름을 빌렸어도, 완전히 이름과 같은 권능은 아니다. 어떤 물체를 금으로 변화시키듯, 무언가를 빛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고, 금을 만드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한편 그렇게 해서 뻗어나온 조각들은 평소에는 안정 상태로 있게 되는데, 이것에 빛 에너지를 주입하면 에너지의 긴장 상태가 되어, 곧 커다란 빛을 발하며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빛이 뻗어 나가는 모습은 흡사 별이 터지는 모습을 닮았다고 일컬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 폭발은 빛의 열을 동반하게 되는데, 사실 말이 ‘폭발’인 것이지 이것은 무언가가 터진다는 느낌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는 에너지가 터져 나올 때의 충격만으로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뻗어나오는 빛 자체도 가시처럼 뻗어 나가 유효타를 주기 때문이다.
이때 반경의 경우, 비록 빛이 한없이 뻗어 나가는 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마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히 넓지는 않다. 그 때문에 보통 주입하기로 결정한 빛에너지에 비례하여 뻗어 나가게 된다.
이러한 권능은 미리 깔아두었다가 신호를 주면 터트리는 식으로 트랩처럼 사용할 수도 있으며, 근접한 상황에서는 빠르게 신호를 주어 폭발을 일으켜 타격을 주는 식으로 사용 가능하다.
자칫 조절을 잘못하면 본인까지도 ‘폭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선 확실한 약점이 있는 권능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어리석은 ‘미다스’의 이름이 어울리는 권능인지도.
성격
:: 거친 | 감정적인 | 미숙한 | 비협조적인?
거친
“매번 그렇게 사람 신경질 나게 말하는 이유가 뭐야?"
“난 멀쩡히 말했는데 네가 혼자 멋대로 신경질을 부린 거겠지.”
“그래! 바로 그런 거!! 그러는 이유가 뭐냐고!!!”
그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 결코 부드러운 태도를 가졌다고 할 수 없는 성격을 지녔다. 좋게 말해도 될 것을 굳이 거칠게 말하여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일이 잦다. 이를테면 ‘오늘 요리가 맛있다’고 순순히 말하면 될 것을 구태여 ‘웬일로 맛있네’ 하고 내뱉는 식이다. 결코, 주변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구석이지만, 스스로는 이런 점을 고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어떻게 고쳐 말해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건지 애초에 잘 모르겠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감정적인
“한 판 붙어보자 이거야?”
그런 그는 어떤 것을 대할 때 이성적인 판단을 겸하기보단 우선 감정적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돈을 떼어먹은 악덕 업자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보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보다 일단 정강이부터 차고 보는 식이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머리를 갖고 태어난 사람인지라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니, 사실은 오히려 어떤 일에건 일단 생각을 먼저 하는 편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가 나는 일이 있다면 화냈고, 기쁜 일이 있다면 실컷 웃어 재꼈을 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그는 솔직하다고도 평할 수 있을 테다.
혹은…
미숙한
“젠, 무턱대고 상대에게 감정을 쏟아붓기보다는 부디 조금 더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여기서 더?’
…단순히 사람을 대함에 있어 미숙하다고 평해야 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아니면 둘 모두가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 그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있어 미숙한 일면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상대가 스스로 배려받고 있다고 느끼는 일이 그리 많지 않고, 그의 앞에 서 있을 때 일종의 불편감을 느끼는 일이 더러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은 자명해진다.
다만 짚고 넘어갈 것은 그가 미숙한 것은 ‘인간 감정적인 관계’의 부분에서라는 것이다. 옛날부터 다른 사람과 얽혀 일하고 돈을 버는 일은 넌더리가 날 만큼 해왔으니, 그는 적어도 일적인 관계에서만큼은 서로에게 크게 손해가 될 만한 일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사람이란 모두 감정을 갖고 있기 마련이라 젠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그에겐 문제가 더 있었으니까.
비협조적인?
“또 개인행동이냐, 젠.”
‘그 녀석이 또 단체 행동 시간에 혼자 멋대로 뭐를 했다더라.‘ 이 말이 나올 때마다 ‘그 녀석’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젠, 젠, 젠, 그리고 또 젠이다-그 이외의 사람이라곤 있을 수 없다. 다 같이 청소를 해야 한다고 언질을 줬는데도 혼자 나가서 시장이나 돌아다니거나 하는 식이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그렇다고 해서 그가 불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그는 함께 움직이지는 않아도 자기가 할 분량의 청소는 단체 청소 시간보다도 먼저 해치우고 발걸음을 옮기곤 했으니까.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젠의 이런 점이 더 재수 없다고 입을 놀리곤 했다. 어차피 할 것이라면 왜 굳이 각자 행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나.) 아무튼, 주변에서는 그를 비협조적이라고 평했다. 이것이 바로 젠의 ‘더 있는’ 문제 중 하나.
물론 여기까지는 주변의 평가일뿐, 사실 젠 자체는 비협조적이라기보다는 개인행동 주의인 사람에 가까웠다. 그는 누군가와 어울려 다니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하곤 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기타
생일
6월 12일
성장 배경
루나튼의 땅에서 자라난 아이, 그것이 젠이다. 이때 땅이라 함은 루나튼 제국의 ‘영토’보다는 ‘지면’ 그 자체를 가리킴이 더 맞을 것이다. 그는 부모가 누군지도 알 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땅에서 태어나-물론 실제로는 땅에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제국의 온 땅을 두 다리로 누비며 자라온 사람이니까.
어느 날 갑자기 보육원 앞에 존재했던 그는 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친부모라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생사여부까지도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따름이었다. 누군가는 자신과 같이 피가 이어진 부모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쳐다보곤 했지만, 딱히 불행한 삶은 아니었다. 그저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는 싶던 것도 같다. 하필 그가 사는 지역은 빈부 격차가 뚜렷하게 보이는 항구도시 언더럼이었으니까, 저 건너의 잘 사는 집 아이가 양손 가득 시장의 비싼 간식거리를 사 먹는 모습이 자신과 비교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비록 그 간식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노려 덤터기를 씌운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라고 했어도 그는 자주 그 모습이 멍청하게도 부러웠다.
하지만 비싼 간식이 손에 들려 있지 않아도 역시 크게 부족할 것 없는 생을 살았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어디서 돈이 흘러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 보육원 아래 그럭저럭 상냥한 선생님과 그럭저럭 어울릴 만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 그 사이에서 적어도 배 곯을 일은 없었고, 나쁘지 않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었다. 도중에 몇 번씩 보육원의 사정이 어렵게 돌아가는 일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부터는 저 스스로 간단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도 있었으니 역시 어려울 건 없었다. 여전히 저쪽에서 웃고 있는 행복한 얼굴이 자신과 비교되는 것 같긴 했어도, 정말, 상관없었다.
“이런, 씨…….”
그렇지만, 한 치의 거짓 없이, 상관이 없기는 해도 역시 넉넉지 못한 사정은 조금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굶지 않는다뿐이지 식사는 퍽퍽하고 맛이 없는 날이 많았고, 그야말로 배가 터질 만큼 먹기에는 부족했으니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 나름대로 위안-이것을 위안이라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을 삼을 만한 것이 하나 있긴 했는데, 그건 바로 언젠가는 기사가 되어 지금보다는 확실하게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정작 자신이 기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일은 거의 없건만, ‘역시 세상이란 건 운 좋은 놈이 최고인 건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늘 위안과 함께 찾아오는 덤 같은 것이었다. 사실 맞는 것 같았다. 정작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일-보육원의 단체 청소-에 돌아오는 것은 퍽퍽한 빵 한 조각이 전부이지 않나. 그리고 저쪽의 으리으리한 집만 보아도 답은 나와 있는 셈일 터.
이러한 생각을 몇 번이나 한 뒤, 그리고 저 집-나중에야 알았지만, 저곳은 이곳 루나튼 제국에 산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볼 만큼 명망 높은 후작가의 집이라고 한다-을 몇 번이나 보고 난 뒤에야, 그는 18세가 되었고, 이윽고 견습 기사가 되었다.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견습 기사의 형평 탓-사실 핑계에 가까웠다, 정작 젠은 답장을 주지 않았지만, 그에게 편지로 연락해오는 친구가 있었으니 말이다-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연락하는 일 한 번 없이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주벤으로의 여정에 오른 지금.
이외에도 도중에 권능을 발견한 계기라든지, 특별한 사건 등 더욱 상세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하자.
또한, 이후에도 이어질 그의 성장은 당신이 옆에서 지켜보고 판단해주시기를.
과연 불행했는지, 혹은 아닌지.
거주 지역
이미 언급된 것처럼 그가 거주하는 곳은 루나튼 제국의 항구도시 언더럼이다. 나이가 차서 기사단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주지를 옮기는 일 없이 줄곧 언더럼의 보육원에서 살아왔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지역에는 단 한 번도 발을 디딘 일이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바로 근방에 있는 지역들이 통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만한 곳은 아닌데도.
언더럼 인근에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면 오리엔트, 루나메어, 임브리엄의 세 지역인데, 루나메어는 평범한 서민층으로서는 발 들이기 어려운 곳이니 가볼 일이 크게 없었고-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오리엔트는 말할 것도 없다. 대신 이어져 있는 지역 중 임브리엄에는 가본 일이 있었다. 특별히 갈 만한 기회가 주어졌던 것은 아니고, 그냥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날 충동적으로 훌쩍 가버렸다. 가까이 갈수록 전해져오는 임브리엄만의 따스한 공기가 나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휴양지로 인기가 좋다더니 경관도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무리 보기 좋다고 하더라도 굳이 이사를 갈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아름다운 경관도 자꾸 보니까 지루해지는 것도 같아서 더욱 의미가 없었다. 바다가 근처에 있는 것이 오히려 바다의 지루함이라도 느끼게 한 건지, 바닷가보다도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던 그이니 이러한 감상은 예정되어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여기나 저기나 지루한 건 마찬가지이니까 차라리 익숙한 곳이 편했다. 서 있을 곳을 옮기게 되면 다시 새로운 관계 쌓기를 시작하고, 어떤 식으로 또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 좋을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그 날은 다시 언더럼에 가면 또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지나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가족관계::락테아의 아이들
과거, 아이들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고 과거의 영광스런 은하수를 그리며 ‘Lactea락테아’의 이름을 빌려와 하나의 보육원이 설립되었다. 락테아 보육원. 이곳이 젠이 기사가 되기 전까지 줄곧 살아왔던 집의 이름이다. 이미 1000여 년 전에 저물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찾아서 무엇하는지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그다지 꿈을 꾸지 않는 그의 성정에도 어쩐지 수많은 별이 길을 이루는 아름다운 하늘을 한 번씩 연상하게 만드는 희망 어린 이름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구차하면서도 희망찬 곳에 함께 살았던 모든 이가 바로 젠의 가족이다. 선생님, 말 많은 애, 자꾸 우는 애, 항상 책이나 읽는 애 등, 시끌벅적한 대가족. 여럿이 함께 모여 지내니 활발하고 좋지 않은가. 아니, 사실은 너무 시끄럽지만.
그래도 함께 지낸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아서 그 소란스러움마저 어느 정도 기쁘게 넘어가 줄 수는 있었다. 또, 어쩌면 약간 불편한 것이 있어도 최대한 서로 맞춰가면서 살아보는 것이 가족이니까.
덧붙이자면 이 시간의 힘은 젠의 곁에 친구-동시에 가족-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알다시피 결코 살갑지 못한 그의 성격을 보면 다른 아이들이 다가와 어울리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보육원의 아이들은 틈날 때마다 젠에게 찾아와 귀찮게 굴고는 했다. 다소는 귀찮은 마음에 무시해볼까도 했건만, 웃는 얼굴에 어떻게 침을 뱉겠는가. 결국에는 못 이기는 척 받아줘 버렸더라는 이야기.
물론 그가 제법 사람과 함께 하는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던 것은 단순히 곁에 운 좋게 다정한 사람들만 모여 있던 덕분일 수도 있기는 하다. 혹은, 지금과 더 어릴 때의 젠의 성격이 조금 달랐던 탓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보면 확실히 아주 어릴 때의 젠은 지금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는 성격을 지녔던 것 같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기는 했지만, 정해진 단체 행동 시간마저 일부러 벗어나 개인행동을 하는 일까지는 없었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대체 언제부터, 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본인만 아는 사실일 터이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확실한 것은 결국 어느 순간에 귀찮게 들러붙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는 사실이다.
권능 발견
그의 권능을 발견하게 된 것은 보통보다는 약간 늦은, 6세 후반의 일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귀찮게 따라붙는 친구를 피해 깜깜한 밤하늘 아래로 피신을 나갔던 날이었다. 그렇게 도망가도 결국 촛불을 든 채 끝까지 쫓아와서는 싱글벙글 웃던 얼굴이 젠은 아직도 기억이 났다. 그렇게 재수 없을 수가 없었어서.
아무튼, 그러든가 말든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아무 데나 드러눕고는 딴청을 피우던 때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이쯤이면 또 시끄럽게 굴어야 할 애인데 사위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갑자기 몰려오는 기시감에 슬그머니 눈을 떠보니 그 애가 멀뚱히 서서 시커먼 밤하늘을 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무얼 하나 싶어서 한동안 눈길을 주었더니 그 애는 이렇게 말했다.
“은하수란 거, 정말 예쁘겠지?”
바보 같긴. 이제 볼 수도 없을 텐데, 헛된 희망을 품는 게 누가 봐도 락테아의 아이였다. 아니, 그러는 나도 락테아의 아이이지만. 그래도 자신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은 꾸지 않는다며 잡생각을 흩트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도, 시선이 끝에 향한 것은 하늘 쪽이었다. 사방이 하늘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그냥 별이 많겠지.”
그랬더니 그 애가 “그 뜻이 아니잖아, 젠!” 하며 또 거슬리게 구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지만,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로 실어 보내버렸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 애는 조금 말이 많았다. 기어코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워 몇 번이고 말을 걸더니 또 뭐라 말을 했는데, 결국에는 은하수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까지 열변을 토하는 것을 한참 듣고 있다 보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머리에 그려지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었다. 예쁠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별이 많은 것뿐인데 저렇게까지 흥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면서 찬찬히 손을 움직여본다. 하늘 위에 수놓아지는 반짝이는 길. 분명히 멋지지만…….
‘어라.’
그때, 한순간 하늘에 반짝이는 금색의 가루들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머리맡에서 일렁이던 초의 빛보다 더 선명한 빛의 조각들이었다. 손의 움직임을 따라 하늘에 날려진 알갱이들은 적어도 그 아주 짧은 순간만큼은 어떤 길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은하수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모양새.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곧 그 빛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니까… …. 머리 위로.
“아야.”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머리에 닿는 이 생생한 감각은 분명 꿈이 아니었다. ‘허, 이게 말이 돼?’ 하고 생각할 무렵에는, 옆에서 터지는 탄성에 귀가 먹을 것만 같았으니 절대로 꿈일 수가 없었다.
온갖 난리를 치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리고 나면 든 생각은 ‘이게 그건가.’하는 생각이었다. 하급 마법석의 마도구는 조금 본 일이 있지만, 마법 자체는 그다지 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마법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시끄러운 녀석을 간신히 조용히 시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기 시작했다. 그만 안으로 돌아가 잠이나 자자고 말한 것은 덤이다.
그렇게 황당한 밤이 지나고 나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권능에 대해 선생님께 전달하자, 보육원의 선생님은 곧바로 국가에 신고하였으며, 기사단이라는 향후의 진로가 결정되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지내는 곳은 변함없이 이곳 락테아 보육원이었다.
일리온 성국에 대한 인식
기본적으로는, 당장 자신의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며, 자국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일리온 성국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그가 무언가를 대함에 있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려고 하는 편이 아닌데도, 세간에 널리 퍼진 일리온 성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루나튼 제국민 사이에 퍼진 편견이 그에게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스스로 인지할 새도 없이 들어온 이야기 탓에 자연스레 어느 정도 의식에 자리를 잡아버린 고정관념 정도로 보면 맞을 듯하다. 이를테면 언제든 땅을 뺏어올 수 있는 나약한 나라는 맞다거나 하는 식의 생각을 조금쯤 가지고 있는 편이다.
호불호
그는 그다지 어떤 것을 강렬하게 좋아하거나, 강렬하게 싫어하지도 못하는, 호불호가 모호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날은 햇볕이 기분 좋았지만, 또 어떤 날은 기분이 나빴다. 지나가는 구름이 부드러워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가도, 혼자 여유롭게 흘러가는 모습이 괜히 짜증 나기도 했다. 순간순간마다 그렇게 그는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 달라지곤 했다. 그럼에도 그가 드물게 늘 좋다고 하는 것과 늘 싫다고 하는 것을 나열해보자면 아래와 같다.